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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범 하버드 입학생 “공부보다 학교생활을 즐겼어요”

명문 사립학교도 아닌 일반 평범한 카톨릭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하버드에 입학했다. 2014년 신입생으로 입학하는 조원범군을 만나 1.5세로 살아가면서 헤쳐나가야했던 그만의 학교생활과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조군은 리치몬드 힐에 위치한 평범한 카톨릭 고등학교인 세인트 데레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학교에서 앙상블 밴드와 봉사활동 회장을 맡으며 다양한 특별 활동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검도, 수영 등 운동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수영은 지도자 자격과 라이프 가드 자격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 경시대회에도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그는 공부만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재들이 들어간다는 하버드대학교. 2018년 졸업예정자를 뜻하는 티셔츠를 입은 조원범 군과 그의 어머니 박신혜씨와 마주 앉았다.
 
엄마는 든든한 동반자
 
먼저 어머니의 교육방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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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공부에 있어서는 누가 뭐래도 부모 특히 엄마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조원범 군의 어머니 박신혜 씨는 외동아들인 원범이를 하버드생으로 키우기까지 어떤 특별한 교육방법이 있었냐는 질문에 의외의 대답을 했다.
 
“공부하라는 소리는 특별히 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서 잘 지내는 것에 신경을 썼어요.”
 
보통의 대학생도 아니고 세계 최고의 명문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과 경쟁을 거쳐야 하는데 그렇게 빡빡하게 아이를 밀어붙이지 않았다는 것이 자못 신기해 보였다.
 
그래도 뭔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비결이 있을 것 아니냐면서 하나하나 물었다. 역시 조군의 엄마의 교육방법에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범상치 않은 시각이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다
 
원범 군은 아시아나 항공 기장인 아버지을 둔 덕택에 외국생활 경험이 참 많다. 원범 군은 원래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다. 부끄럼을 많이 타다 보니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가뜩이나 말수가 없는 원범 군에게 어려서부터 외국과 한국을 넘나드는 생활은 감당하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초등학교 시작부터 엄마와 함께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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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4학년을 뉴질랜드에서 지낸 그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원범 군의 어머니는 캐나다 영주권을 받을 예정인 원범이를 위해 5-6학년 때는 한국 학교가 아니라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불어 학교에 보냈다. 그리고 7학년 때는 캐나다 킹스턴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9학년 때부터는 토론토 리치몬드 힐에서 고교시절을 보내게 했다.
 
환경이 바뀔 때마다 한국어와 영어, 불어를 넘나들며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학교 공부를 해야하는 스트레스는 어느새 새로운 언어와 학문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칫하면 잦은 전학은 친구들과 정들자 마자 떠나야 하는 이별의 아픔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이 뒤쳐질 우려도 있는 상황인데, 원범 군과 엄마는 끊임없이 도전과 극복의 역사를 써내려 갔다.
 
책 읽어주고 게임 같이하는 엄마
 
박신혜씨는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 원범에게 앉아서 하는 공부는 거의 안시켰다. 남들은 온갖 과외공부에 열을 올리고 자녀를 다그치는데 그녀는 좀 다른 시각을 가졌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학교 성적이 아니라 멀리 오랜 도전과 창조적인 생각에 촛점을 맞췄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았어요. 오로지 내 아이만 보고 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만 봤어요.”
 
그녀는 아들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대신 스스로 아들에게 동화책과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아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책을 골라서 차근차근 읽어주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일 것이다.
 
옛날 한석봉의 어머니는 불을 끄고 떡을 썰면서 아들에게 명필가가 되기 위한 근본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면, 오늘날 조원범 군의 어머니는 불을 켜고 책을 읽어주면서 아들과 무한한 교감을 이루었다.
 
그리고 레고나 보드게임 등 아들과 함께 하는 게임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었다.
 
힘든 시절이 약이 되다
 
원범 군에게 힘든 시절은 좀 일찍 찾아왔다. 그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의 불어학교에 들어갔던 시절이라고 말한다. 학교에 들어갈 당시 불어 테스트를 하는데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앞이 캄캄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절망감에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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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범 군은 불어 기초부터 다시 다지기 시작했다. 무너진 자존감과 학업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그는 정말 열심히 불어공부에 매달렸다. 노력한 보람이 있어 그는 5-6학년 때에는 불어를 잘 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9학년때부터는 불어를 잘 못하는 친구들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 역할을 했고 급기야 토론토를 대표하는 불어 홍보 대사가 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 특히 학생들에게 찾아오는 학업 스트레스와 좌절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공부하며 실력을 쌓아야만 뚫고 나갈 수 있는 거대한 학업이라는 장벽은 노력하는 자만이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늦어도 천천히
 
원범 군의 공부방법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새삼스러운 이치를 보여준다. 그는 모르는 것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서 지낸다. 다른 말로 지적 호기심이 넘쳐나는 학생이다. 애당초 지적 호기심이 없다면 공부에 대한 흥미는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유난히 화학과 물리학 등 자연과학에 대한 탐구정신이 강하다. 그가 11학년 때 선생님이 내준 물리학 문제가 풀리지 않자 밤새 끙끙거리며 문제풀이에 매달린 적이 있다. 결국 그는 그 물리학 문제를 풀지는 못했지만 밤새 매달렸다는 자체에 알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 잠을 한숨도 못 잤으므로 상쾌하진 않았지만 피곤함을 느끼지도 않았다.
 
모르는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은 배움의 향기와 같을 것이다. 늦더라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앞으로 전진하는 학습방법은 멀리 보았을 때 분명 대단한 저력을 발휘한다.
 
음악에 빠지다
 
그의 클라리넷 연주 실력은 커뮤니티나 학교 행사에 여기저기 불려다닐 정도로 수준급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도 캐나다에 살면서 몇 가지 악기를 배울 기회가 생겼다. 그는 특히 클라리넷을 좋아했다. 그래서 고교의 밴드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클라리넷은 구성에 맞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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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분한 마음에 몇몇 친구들과 자체적으로 밴드를 조직했다. 플루트, 클라리넷, 앨토 색소폰, 베스 색소폰, 트럼펫 등으로 이루어진 밴드의 이름이 걸작이다. ‘THE(Try Hard Ensemble; 열심히 노력하는 앙상블)’ 참 멋진 이름이다.
 
그들은 틈만 나면 모여서 밴드 연습에 열중했다. 어느 날, 엄마가 보니까 아들이 학업보다 밴드 연습에 쏟아붓는 시간이 더 많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엄마는 아들이 너무 좋아서 하는 밴드 활동을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말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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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범 군이 밴드활동을 하면서 배운 건 리더쉽과 열정과 사랑이다. 짧은 시간에 밴드를 조직했지만 함께 붙어다니면서 연습한 결과 학교 대항 대회에 나가 금상을 받는 기염을 토해내고 나중에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연주를 하는 실력을 인정받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하버드 대학교 입학 사정관은 원범 군이 밴드활동을 통해 드러낸 리더쉽과 단체 생활 경험을 높이 샀다고 한다.
 
공부는 어떻게 했는가?
 
그래도 하버드대학생이 되려면 공부는 기본이다. 학업 성적이 나쁜데 입학 대상으로 심사를 받을 수는 없다. 모두가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반드시 학업성적을 올려놓는 것은 기본이다.
 
그에게 물었다. 과목별 공부방법이 따로 있는지. 예습을 하는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 원범 군은 예습은 따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충분히 잠을 잔 후에 학교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그날 배운 과목을 철저히 이해가 될 때까지 복습했다고 한다. 참으로 간단하면서도 실천하기 쉽지 않은 학습방법이다. 그리고 영어와 불어, 화학과 물리학, 수학과 물리학 등 서로 연관지어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이대로만 쉬지 않고 할 수 있다면 과연 가장 효율적인 학습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과외 학원에 다녀야 한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겠지만, 사고력과 이해력 그리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가장 중요시하는 요즈음 교육 철학의 입장에서 볼 때는 원범 군의 학습 태도가 가장 모범답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구인가?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을 깨닫는 과정이 고교생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원범 군은 하버드 대학교 지원시 쓴 에세이에서 ‘Try Hard Ensemble’ 활동을 이야기했다. 음악이 무엇인지, 어떻게 음악을 즐겼는지, 그리고 친구들을 위해서 열정을 쏟는 과정과 이유를 차분히 써내려간 그의 에세이는 입학 사정관에게 ‘내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문장으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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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한 번꼴로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 했다. 그리고 점수를 따기 위한 봉사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진실로 하고 싶은 일을 택해서 했다. 그는 자폐증 급우인 베스트 버디(Best Buddy)를 돕는 피어 버디(Peer Buddy) 역할을 오랫동안 자원봉사했다. 한없이 맑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장애우들과 어울리면서 그는 인간의 평등과 존엄성, 그리고 휴머니즘에 관해 몸과 마음으로 체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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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원범 군은 수영장 라이프 가드로, 불어 도우미로, French for the Future 홍보대사로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고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를 인터뷰한 입학 사정관은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험버 컬리지 교수라고 한다. 입학 사정관이 원범 군을 인터뷰하고 나서 이런 말을 해주었다고 한다. “너의 음악과 리더쉽을 하버드대학에 와서 많이 나누기 바란다.”
 
하버드는 어떤 학교인가?
 
하버드는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리더로서 이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선발하여 키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다른학교와 달리 직접 면담하는 인터뷰가 합격여부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범 군에 따르면 일년에 학비는 기숙사비 포함해서 6만불이 넘는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 부모의 수입증빙을 바탕으로 개개인에게 맞는 학비를 따로 계산한다. 원범 군의 경우 일년에 1만불 정도의 금액만 내면 학비와 기숙사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이 커버되도록 나머지 비용을 대학에서 지불해준다.
 
즉, 좋은 인재들이 들어와서 돈 걱정없이 열심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과연 세계 최고의 대학이 가질 수 있는 여유로움이자 배려가 아닐수 없다.
 
돌아보면
 
그렇다. 하버드대학교에서는 수재들을 원하지만 모든 수재들이 입학 허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는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을 펼칠 수 있는 리더쉽을 갖춘 학생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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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좋은 선생님과 점수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성찰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학생이 필요한 것이다.
 
조원범 군에게는 무엇을 했는가보다는 처한 환경에서 어떻게 했는가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의 모든 학업과 성장 과정에서 힘들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기쁠 때 진심으로 기뻐해준 어머니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이 있어 한없이 행복하기만 하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의생명공학(Bio Medical Engineering)을 공부하겠다는 원범 군의 원대한 꿈이 눈앞에 활짝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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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Published on: May 14, 2014

Filled Under: Global People, Headline, Old Headline

One Response to 조원범 하버드 입학생 “공부보다 학교생활을 즐겼어요”

  1. 학부모 says:

    하버드 들어갔다고 사기치는 학생이 있는 반면에 이런 훌륭한 학생도 있었군요. 좋은 정보가 되었습니다. 명문학교를 들어가서가 아니라 매순간의 삶에 충실한 원범군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