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오바마 “우린 이민자 자녀이고 이민은 미국의 기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잇따른 테러의 여파로 끓어오르는 미국 내 반(反)이민 정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미국 워싱턴 DC의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열린 귀화행사에서 “우리는 이민자의 자녀이고 이민은 미국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두 세기 넘게 이민은 미국의 성격을 규정하는 요소로 존재해왔다”며 “이민은 우리의 전통이자 우리 자신이며 우리를 특별하게 해주는 특성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이날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열린 행사에는 미국에 귀화하는 에티오피아, 이라크, 우간다 등 25개국 이민자 31명이 참석해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다.
 
AFP통신은 미국의 기원과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헌법, 권리장전, 독립선언문이 오바마 대통령의 곁에 비치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잇따른 테러를 계기로 난민을 비롯한 이민자에 대한 정서가 미국 내에서 급격히 악화한 데 따른 메시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습격으로 130명이 숨졌고, 이달 초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에서는 극단주의에 심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슬림 부부의 총기난사로 14명이 사망했다.
 
테러 공포와 함께 극단주의 세력의 거점인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오는 난민들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자는 발언까지 했다.
 
백악관은 비자 발급을 더 엄격히 하겠다고 밝혔으나 난민을 따로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에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본인도 아버지는 케냐, 어머니는 인도네시아 출신인 이민자의 아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세기 전에는 가톨릭 이민자들이 있었고 지금은 멕시코 이민자들이 있다”며 “오늘 시리아 난민의 모습에서 우리는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난민의 모습을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 아일랜드,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차별한 미국의 전력을 하나씩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민자의 자녀로서 이민의 가치를 배반하는 것은 가장 큰 모순덩어리”라며 “한두 세기가 지나면 갑자기 우리는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잊고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우리가 ‘그들’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을 위한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다가 모국에서 반역자로 몰려 도망쳐온 귀화자 무하네드 이브라힘 알 나이브를 따로 소개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자와 난민은 미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며 “이민자들은 우리를 지켜주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이고 때로 자기 조국이 아닌 미국을 위해 목숨까지 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있는 무하네드는 미군과 함께 일하다가 살해의 표적이 된 채로 난민으로 건너왔다”며 “우리는 무하네드를 자랑스러운 미국의 시민으로 환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이날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는 반이민 정서를 계속 자극하는 트럼프의 주장에 찬동하는 이들이 줄어들지 않는 ‘트럼프주의'(Trumpism)의 득세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대다수와 전체 미국인의 36%가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내가 여론조사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며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비단 트럼프뿐만 아니라 다른 공화당 후보들 사이에도 미국의 기본적 가치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발언들이 공유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실망스럽고 분열적이며 냉소적인 것”이라며 “미국인 대다수의 가치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것은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물론 미국을 세우는 데 필요했던 가치와 직접 충돌하는 것”이라며 “이 나라는 박해를 피해 자유롭게 종교를 실천할 곳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건너와 만든 나라”라고 강조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바로 전에 발언이 트럼프주의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이냐’고 묻자 즉답을 피한 채 “오바마 대통령의 기존 언급들은 오늘 저녁 공화당 TV 대선토론에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수사(修辭)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4&oid=001&aid=0008055677]

Share Button

Written by:

Published on: December 15, 2015

Filled Under: World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