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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보다 ‘생명’ 선택한 사진기자 화제

터키 해변에서 작은 주검으로 발견된 세 살 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 시리아 알레포에서 공습에 무너진 건물에 매몰됐다 구조된 뒤 피와 먼지로 범벅된 채로 앰뷸런스에 앉아 있던 여섯 살 소년 옴란 다크니시. 두 아이의 모습은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지구촌에 알리며 시리아를 향한 세계의 움직임을 바꿔 놨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시리아 내전의 참상 한복판에서 또 하나의 사진이 전 세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사진기자 겸 활동가인 아브드 알카데르 하바크. 그는 지난 15일 시리아 알레포 인근에서 피난민 버스 호송 행렬을 겨냥한 자폭 테러 현장에 있었다. 현장으로 사진을 찍으러 달려갔던 하바크가 오히려 ‘찍힌’ 사진은 한눈에 봐도 감동적이다.
 
어린이 68명을 포함 126명이 희생된 참사의 현장에서 그는 ‘다른 의미로’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죽어가는 부상자들의 절규 속에서 하바크는 카메라를 한 손에 쥔 채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부상자를 옮겼다.
 
하바크는 17일 CNN방송에 “현장은 끔찍했다. 사람들이 울부짖고 바로 곁에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동료들과 함께 부상자 구출에 나선 그는 “부상당한 줄 알았던 한 아이에게 다가가서 보니 아이는 이미 숨을 쉬지 않았다”면서 “곧바로 다른 아이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달려갔더니 곁에서 아이가 이미 숨을 거뒀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바크가 아이를 들어 안아보니 아이는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는 한 손에 카메라를 움켜쥔 채 두 팔로 아이를 안고 앰뷸런스를 향해 뛰었다. 하바크는 “아이가 내 팔을 꼭 잡으면서 나를 쳐다봤다”고 기억했다. 그는 CNN에 “앰뷸런스로 옮긴 소년은 6∼7세 정도였다”면서 “생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바크는 아이를 옮긴 뒤 다른 부상자를 구하기 위해 참사 현장으로 돌아갔다. 쓰러져 있던 또 다른 아이가 숨져 있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아이 옆에 무릎을 꿇고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다.
 
하바크의 사진을 찍은 동료 무하마드 알라게브는 CNN에 “참사 현장에서 부상자들을 구조한 젊은 저널리스트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역시 부상자를 구조하다 하바크의 모습을 보고 카메라를 든 알라게브는 “책임을 다한 이들이 있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 모든 걸 촬영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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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April 13, 2017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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