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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석 ‘0’에서 과반 확실시, 마크롱의 프랑스 정치혁명

“벽이 부서지기 시작했는데 그 끝이 어디일지 아무도 모른다. 기존 정당은 산산조각 나고 있고, 종착지를 모른 채 둥둥 떠다니는 상황이다.”
 
도미니크 레니에 파리정치대 교수는 최근 르피가로지 인터뷰에서 “마크롱의 선거 혁명이 시작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11일 총선을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신생 집권 여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약진하면서 기성 정당들이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대패할 조짐이 보이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요즘 프랑스 파리 시내에는 지난달 대선 당시보다 더 많은 마크롱의 사진이 벽에 붙어 있다. 후보들이 마크롱 대통령과 나란히 함께 찍은 포스터들이다. 매일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는 프랑스 정계를 아노미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르피가로는 6일 앙마르슈의 총선 예상 의석수가 350∼380석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전체 577석 중 과반인 289석을 훌쩍 넘는다. 불과 일주일 전(지난달 31일)과 비교해 30석이 더 늘었다. 한 달 전만 해도 공화당이 “다음 달 총선 이후 총리 자리는 우리에게 내줘야 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했지만 지금은 앙마르슈의 의석 독식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웨이의 브뤼노 장바르 디렉터는 “지금 추세라면 앙마르슈가 400석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며 “압승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여론조사기관은 앙마르슈가 최대 415석까지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의석 비중으로 71.9%를 석권한다는 것인데 현실화된다면 1968년 총선에서 샤를 드골 대통령이 거둔 완승 이래 최대 승리가 된다. 당시 총선에서 드골이 이끄는 집권당은 전체 487석 중 354석(72.6%)을 거머쥐었다.
 
대선 당시 의석이 단 한 석도 없었고, 본인조차 단 한 차례의 선거도 치른 적이 없는 40세 신예 대통령 마크롱의 파죽지세는 끝이 없다. 앙마르슈의 과반 의석은 대통령에 이어 의회도 정치 신인이 장악한다는 의미로 진정한 정치 혁명의 완성인 셈이다. 마크롱은 지난해 11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펴낸 책 ‘혁명’에서 “좌든 우든 사실상 같은 사람이 수십 년을 통치했다. 그들의 모델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정치 개혁의 시작은 인물 교체였다. 내각과 공천자 모두 절반을 여성과 정치 신인으로 채웠다.
 
아웃사이더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미숙함을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도 스스로 불식시켰다. 총리와 경제장관, 예산장관 등 핵심 내각에 공화당 출신 3인방을 포진시켜 이들이 사실상 앙마르슈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했다. 덕분에 무서운 기세로 공화당의 표를 잠식해가고 있다. 마크롱은 대표적인 스트롱맨들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회동을 당당하게 주도해 국제사회에서 ‘늙은 수탉’(수탉은 프랑스 상징)으로 전락했던 프랑스 국민의 자존감도 세웠다.
 
그동안 이념적 정향이 애매하다고 지적받은 중도 정치는 1차 투표에서 12.5% 이상만 득표하면 2차 투표로 진출하는 결선투표제와 시너지를 내며 무섭게 기성 정당들인 사회당, 공화당의 표를 흡수하고 있다. 각 지역구의 후보들은 1차 투표의 벽만 넘으면 대거 당선될 기세다. 르피가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결선투표에서 앙마르슈와 공화당 후보가 오를 경우 1차 때 사회당 후보를 찍은 74%가 앙마르슈를 찍겠다고 답했다. 반대로 앙마르슈와 사회당 후보가 오를 경우 1차 때 공화당을 찍었던 이들 중 64%가 앙마르슈를 찍겠다고 답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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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June 6, 2017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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