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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 제재안 채택’ 신속 대북 제재, 관건은 실효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 대북 유류 공급 30% 축소, 연간 10억달러 상당의 외화 수입 차단 등을 골자로 하는 제재 결의안을 의결했다. 안보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를 담은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는 미국이 지난 5일 공개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했던 초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대북 원유수출 금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제재, 해외 노동자 고용금지, 공해상에서 상선 강제 검색 등 초강력 제재안은 대부분 완화되거나 사라졌다. 뉴욕타임스는 “추가 제재가 북한을 핵·미사일 실험 중단, 새로운 협상 시작으로 강제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극히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원유 수출은 기존 추산치인 연 400만배럴(53만t 규모)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계를 설정했다. 정유제품 수출도 연간 450만배럴에서 55% 감축한 200만배럴로 상한을 설정했다. 원유 관련 콘덴세이트(천연가스에 섞여나오는 경질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출은 전면 금지했다. 김 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제재 목록에서 제외됐다.
 
북한 해외 노동자는 안보리 산하 대북 제재위에서 건별로 사전 허가를 하지 않는 한 신규 고용을 금지했다. 금수 품목 운반이 의심되는 선박은 북한의 동의하에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북한과의 합작 사업체 설립·유지·운영을 전면 금지하고, 기존 합작 사업체도 120일 이내에 폐쇄하도록 했다.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인 섬유 수출이 전면 금지됐다.
 
결의 2375호가 미국의 예고보다 완화된 것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얻기 위한 협상의 결과로 분석된다. 중·러는 원유 금수 등에 강하게 반발했다. 더불어 미국의 초안은 현실적으로 채택 불가능한 것으로, 중·러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용이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원유 금수는 북한 정권뿐 아니라 민생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유엔 정신에 위반된다. 영국의 관료들조차 미국의 초안이 채택되면 올겨울 북한이 추위에 떨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서방을 “집단 학살의 설계자”라고 묘사할 것을 우려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김 위원장 제재도 상징적 효과는 있지만, 북한과의 타협 여지를 닫아버릴 수도 있다.
 
초안보다 약화됐지만 결의 2375호는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안이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9번의 제재 결의 중 처음으로 유류 공급 제한 조치가 반영됐다. 섬유제품 전면 수출 금지와 해외 파견 노동자에 대한 제재 강화로 연 10억달러의 외화수입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지금까지 북한에 부과된 제재 중 단연코 가장 강력하다”며 “오늘 세계는 핵무장한 북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되면서 미국·한국·일본이 주도한 대북 압박 공세는 일단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관심거리는 제재 결의 이후 한반도 상황이다. 미·중이 타협안을 도출하면서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공간이 열릴 것인지가 주목된다. 당분간 대북 관여 정책의 현실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릴 킴벌 군축협회장은 뉴욕타임스에서 “북한을 복종시킬 압박 일변도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압박은 실용적인 관여 전략과 짝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미국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북한은 아직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 채택 과정과 헤일리 대사의 발언을 보면, 미국은 아직 외교적 해결 의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과의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중·러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나섰다. 류제이(劉結一)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당사자들이 일찌감치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며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다시 제안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 제안을 무시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경고했다.
 
향후 정세에서 북한의 대응이 변수다. 북한 제네바 대표부 한대성 대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가장 강력한 용어로 단호히, 법적 근거가 없는 안보리 결의를 거부한다”며 “미국은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통보다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을 강행할 경우 북핵 정국은 또다시 원유 금수 등을 포함한 ‘역대 최강의 제재’를 논의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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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September 12, 2017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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