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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트럼프 유엔 연설, 의례적 박수 6번, 돌처럼 차가운 침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북한과 이란에 대한 초강경 발언과 ‘미국 우선주의’ 강변으로 채워졌다. 연설 내내 유엔 총회장의 분위기는 싸늘했고, 미국 대통령의 유엔 연설 중 역대 최악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41분간 연설했다. 연설 도중 총회장에서 나온 박수는 6번에 불과했다. 북한에 ‘완전한 파괴’를 위협하고 이란을 ‘불량국가’라고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한 차례만 박수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정치 행사에서는 함성이 이어졌을 과장된 수사들에 대한 반응은 돌처럼 차가운 침묵이었고, 간간이 소수의 박수가 침묵을 깼다”고 묘사했다. 또 “북한을 위협했을 때와 연설이 끝난 후의 반응은 예의 상의 박수였지 열정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설을 듣던 존 켈리 비서실장은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가리며 암울해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됐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켈리의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총회장에는 트럼프 정부 외교안보 참모들이 총출동했고, 부인 멜라니아와 큰 딸 이방카 부부, 차남 에릭 트럼프도 모습을 보였다.
 
북한 대표단은 트럼프 대통의 연설이 시작되자 자리를 떴다. 북한 대표단은 제비뽑기로 총회장 맨 앞줄 좌석을 배정받았다.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다른 회원국 정상들의 기조연설을 지켜보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순서가 되자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총회장을 빠져나갔다. 자 대사는 NBC 방송에서 “(연설을) 보이콧했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강경한 비판이 쏟아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대통령의 말이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깡패 두목’처럼 들린 연설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북한에 대한 완전 파괴 발언을 가리켜 “강경한 표현이라기보다는 유치한 욕설로 가득 찬 어린 학생의 왕따 만들기”라고 조롱했다. CNN은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도 세계를 향해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가 인류를 여러 번 전멸시키기에 충분한 핵무기를 통제한다는 사실만 아니라면 그의 화려한 언어는 심지어 웃기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참모였던 로렌스 윌컨슨은 MSNBC에서 “내가 들어본 역대 미국 대통령 연설 중에서 가장 흉악한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MSNBC는 “트럼프의 지지층들은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만족할 것”이라며 보수적 지지층을 의식한 국내 정치용이라고 해석했다.
 
언론은 특히 트럼프의 연설이 즉흥 발언이 아니라 사전에 준비된 원고였다는 사실을 더욱 우려했다. 사전에 준비한 원고임에도 부적절한 표현이 조정되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원고는 백악관 내에서 극우 이데올로기를 대표하는 참모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정책보좌관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내용은 연설 직전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 내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국내 정치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MS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들은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만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우리는 북한 지도자가 변덕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종류의 표현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에드워드 마키 상원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는 성명을 내고 “핵으로 무장한 북한 문제와 같은 국제적 도전에 직면해 국제사회의 개입을 위한 전면적 압박에 나서야 할 때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외교를 강조할 기회를 허비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옵션 거론을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군사옵션이 존재하느냐는 물음에 “지도를 보라”며 바로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군사옵션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수많은 희생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이란 핵합의를 중단하면 북핵문제와 아주 비슷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며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파괴’ 발언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고 “한반도 정세가 여전히 복잡하고 민감하다. 각국이 자제를 유지하고 긴장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많이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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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September 21, 2017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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