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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gabe. Zimbabwe

37년 폭정 무가베 축출, 떨고 있는 아프리카 독재자들

군부 쿠데타로 가택연금된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공개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37년 집권 후 권좌에서 쫓겨난 최고령 독재자 무가베는 이날 수도 하라레에 있는 짐바브웨통신대학(ZOU) 졸업식에 참석했다. ZOU 총장을 겸임하고 있는 무가베는 매년 졸업식에 참석해 왔지만 올해 그의 등장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무가베의 등장만큼이나 졸업식 모습도 예상을 벗어났다. 학위 가운을 입은 무가베가 식장에 들어서자 수천 명의 졸업생이 일제히 기립했고, 레드카펫을 밟고 단상에 오른 그의 개회 선언에 박수가 쏟아졌다. 무가베는 여전히 절대 권력자의 권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CNN 등 외신들은 졸업식이 계획된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독립 영웅이었던 그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한 ‘쇼’라는 것이다. 반헌법적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입장에서도 국민에게 평소와 다름없는 인상을 주는 것이 필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무 일도 없는 듯 졸업식은 마무리됐지만 실제 이날 무가베는 다소 ‘굴욕적인’ 상황에 처했다. 자신이 학위를 수여한 수천 명의 졸업생 중 메리 치웬가가 있었던 것이다. 쿠데타의 주역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의 부인이다.
 
현재 군부와 무가베는 권력 이양에 대해 교섭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17일 영국 인디펜던트는 “무가베가 며칠만 더 시간을 달라고 군부에 읍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가베가 퇴진을 거부하고 있다”는 하루 전날 보도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무가베를 향한 압박도 더욱 거세졌다. 쿠데타의 최대 지지세력인 짐바브웨 해방전쟁 참전군인회의 크리스 무츠방와 회장은 “무가베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내일 상황을 끝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연맹-애국전선(ZANU-PF)의 고위 관계자들이 무가베 탄핵 준비를 위해 모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무가베는 곧 짐바브웨였다.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해 국가를 세웠고, 37년간 통치하며 세계 최고령·최장기 독재자로 버텨왔다. 그러나 “집무실에서 죽겠다”던 그는 예상보다 너무나 쉽게 주저앉았다.
 
철옹성 같았던 권력이 열흘 만에 무너지는 장면을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무가베 못지않은 장기 독재를 휘둘러 온 아프리카의 다른 독재자들이다. 비정부기구인 인권재단(Human Right Foundation)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54개 국가 중 민주국가라고 분류되는 건 14개국뿐이다. 19개 국가는 절대 독재, 나머지도 심각한 반민주 행위에 의해 선거가 훼손되곤 하는 전체주의 국가다. 무가베의 몰락이 남의 일이 아닌 독재자가 다수라는 얘기다. 아프리카에는 무가베처럼 30년 이상 장기 집권한 지도자만 4명이 있다. 이들의 집권 기간을 다 합치면 137년에 이른다. 이들은 17일 CNN이 지적한 대로 헌법을 고쳐 임기 제한을 폐지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독재의 모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75) 대통령은 79년 유혈 쿠데타로 폭정을 휘두른 프란시스코 마시아스를 축출했다. 그러나 새 출발을 선언했던 응게마 역시 전철을 밟았다. 현재 적도기니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반민주적인 국가로 간주된다. 의회는 집권당인 적도기니 민주당과 그 추종 세력이 장악했고, 반대파 정치인들은 추방·투옥·살해됐다. 2003년 국영 라디오 방송은 그를 “절대자와 영원한 계약을 맺은 전지전능한 국가의 신”이라 불렀다. 스스로도 ‘엘 제페(El Jefe·보스)’라 칭하며 숭배를 강요한다. 그 역시 자신의 아들인 테오도로 응게마 오비앙을 유력 후계자로 밀고 있다.
 
폴 비야(85) 카메룬 대통령은 35년째 장기집권 중이다. 그도 전임자를 몰아내고 절대 권력을 확립했다. 다만 쿠데타 등 일반적인 형식과는 좀 다르다. 독립 카메룬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아마두 아히조는 장기 집권 뒤 82년 퇴임하면서 비야를 권좌에 앉혔다. 자신은 집권당인 카메룬국민민주운동(CNU)의 의장으로 남아 섭정할 수 있도록 비야를 허수아비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비야는 간섭에서 완전히 벗어나 국정을 장악했고, 이듬해엔 아마두에게 반역 혐의를 씌워 추방했다. 부정선거를 통해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그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죽을 때까지 권력을 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그는 만일을 대비한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퇴임한 뒤에도 자신이 기소될 수 없도록 헌법을 개정한 것이다.
 
드니 사수응게소(73) 콩고 대통령은 79년 대통령에 선출된 뒤 선거에 패배해 잠시 밀려난 5년을 제외하고 33년째 집권 중이다. 다시는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헌법에 손을 댔기에 가능했다. 원래 콩고 대통령 입후보 자격은 70세까지로 제한됐다. 임기도 7년 중임으로 한정됐다. 그러나 2015년 그는 개헌안을 투표에 부쳐 통과시켰고, 지난해 72세에 재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31년째 우간다를 통치하고 있는 요웨리 무세베니(73) 대통령은 아프리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집권 전엔 극도의 인권 유린을 자행한 최악의 독재자 이디 아민에게 대항해 저항군을 이끌었고, 86년 취임한 뒤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경제발전 모델을 채택해 고속 성장을 이뤘다. 한때는 ‘아프리카의 빅맨(Big Man)’이라고 칭송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그는 권위적 지도자로 돌변했다. 2005년 7월 형식상의 국민투표로 3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한 개헌안을 통과시켜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다. 대대적인 야당 탄압도 시작됐다. 2006년 포린폴리시엔 그가 반대 세력인 아콜리족 200만 명을 강제수용소에 끌고 가는 등 극비리에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무세베니는 5선에 성공했다. 최근엔 우간다 집권당인 국민저항운동(NRM)이 그의 종신 집권을 위해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75세 이상은 대통령에 입후보할 수 없다는 헌법 규정을 개정하려는 것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무세베니는 차기 대선이 열리는 2021년엔 77세가 되어 대권에 도전할 수 없다.
이들이 장기 집권해 온 모습은 대동소이하다. 국가 재산을 빼돌려 호의호식하고 반대파를 탄압했지만 나름대로 선거를 통해 권력을 지켰다. 영웅이었던 과거 덕분에 적당한 지지율을 유지했고, 국민적 원한을 살 만큼의 극단적 행위는 하지 않았다.
 
예컨대 무덤을 충분히 팔 수 없어 시체를 강에 내다버렸을 만큼 살육을 저질렀던 우간다의 이디 아민,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말을 만들며 수십만 명을 학살하고 사람들의 손발을 잘라 낸 라이베리아의 찰스 테일러 등은 일반 국민에게도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었다. 무가베를 비롯한 현재의 아프리카 독재자들은 비교적 ‘평범한 독재자’이기에 내부 도전이나 국제사회의 제약 없이 수십 년을 버텼다는 의미다.
 
그러나 짐바브웨의 쿠데타 뒤에 중국의 입김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평범한 독재자’들도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쿠데타의 주역인 치웬가 장군은 지난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인민해방군 지휘부를 만났다. 중국 측은 “통상적인 군사 교류”라고 밝혔지만 SCMP는 “짐바브웨 쿠데타 사실을 중국이 맨 먼저 알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정권 교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중국은 짐바브웨에 화력발전소, 수퍼컴퓨터 센터 등을 건설해 준 최대 투자국가다. 당연히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이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은 아프리카의 독재를 사실상 묵인해 왔던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아프리카를 식민 통치했던 프랑스 등은 각종 지원을 통해 독재를 지탱시켰다. 아프리카에서 독재 정부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민주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마냥 환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계산이 얽혀 있는 가운데 중국까지 등장했으니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닌 것이다.
 
한편 짐바브웨의 무혈 쿠데타는 무가베가 실각하고, ‘악어’라는 별명을 가진 음난가그와 부통령이 실권을 잡는 방향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선 우려가 적지 않다.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라 또 다른 독재자의 탄생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BBC는 짐바브웨에선 “무가베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그 뒤에 오는 이는 더 나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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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November 19, 2017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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