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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능 치른 ‘불굴의 99년생’ “아쉽지만 후련해요”

“비운의 99년생이요? 불굴의 99년생이라고 불러주세요”
 
1999년생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비운의 99년생’으로 불린다.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굵직한 천재지변과 사고가 잇따랐다. 99년생들이 초등학교 4학년일 때는 신종플루가 퍼졌고 중학교 3학년 때 세월호참사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99년생 대부분은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애초 16일로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발생하면서 전례 없는 ‘수능연기’ 사태를 빚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주일 뒤 치른 수능은 국어와 수학이 유난히 어려웠던 불수능으로 평가된다.
 
수능을 치른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을 법한 비보(悲報)의 연속이었지만 전날(23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발걸음은 누구보다 가벼웠다.
 
“우리만 불행한 세대인가요. 이젠 후련해요”
 
전날 치른 수능의 가채점 표를 쥐고 24일 오전 등교한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고3 학생들은 한결같이 들뜬 표정이었다. 고3 학생들의 교실이 위치한 4층으로 올라서자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가벼운 교복 차림으로 학교를 찾은 학생들은 교실과 복도를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담임 선생님과 포옹을 하는 등 그간의 노고를 나누기도 했다.
 
수능에 대한 반응은 불수능 탓에 ‘아쉬웠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학생들은 한결같이 “후련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어가 가장 어려웠다고 밝힌 구인후 군(18)은 “온갖 궂은 일을 다 겪었던 것 같은데 불수능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면서 “우리가 비운의 99년생이 맞긴 맞나보다”고 한숨을 내쉬다가도 “이제 다 잊고 친구들과 놀러 다닐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다”고 이내 밝은 표정을 지었다.
 
복도에 마련된 책상에 앞에 앉아 논술 기출문제를 풀던 이승준 군(18)도 전날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며 아쉬운 기색을 보이면서도 “끝까지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희망했다.
 
서울 서초고등학교 송민진양(18)은 “3년 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끝난 것 같아 심란하다”면서도 “수능이 끝나고 후련한 마음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리예 양(18)도 송군처럼 “12년간의 공부를 끝내니 후련한 마음과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며 “아직 대학입시가 끝난 것이 아니니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비운의 99년생’이라는 수식어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일제히 “학창시절 파도가 많았던 것은 맞지만 그만큼 노력했고 성숙해졌다”고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여의도고 3학년 김부겸 군(18)은 “돌이켜보면 비운의 99년생이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닌 것 같다”면서도 “힘든 만큼 열심히 노력했고, 그만한 성취를 얻은 세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에 가면 꼭 연애를 해보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비운의 99년생이라니요. 불굴의 99년생입니다”
 
한 해 동안 제자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담임교사들도 수능 연기 사태에도 무사히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을 응원했다.
 
2년째 여의도고 고3 담임을 맡아 왔다는 임혜란 교사(영어)는 “불수능이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대체로 낙담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가채점을 하고 ‘망했다’고 말하는 분위기보다는 열심히 노력한 만큼 좋은 성과를 올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 교사는 ‘비운의 99년생’이라는 말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신종플루부터 시작해서 수능연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런 경험을 겪어온 아이들인 만큼 유독 차분하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을 잘하는 면보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작 고3 학생들은 자신을 ‘비운의 99년생’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한 임 교사는 “어렵고 힘든 과정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고 차분하게 집중해 온 99년생으로 말하고 싶다”고 응원했다.
 
동료 고3 담임교사인 권모씨(32·여)도 “초등학생 시절부터 수학여행 못 가고 수능연기까지 겪었으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비운의 99년생이라고) 느꼈을 수 있었을 것 같다”면서도 “오히려 씩씩한 모습으로 어려움을 견디는 지혜를 배운 세대로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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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November 24, 2017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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