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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또 ‘혼잡세’ 부과? 찬성과 반대

뉴욕에서 택시를 탈 때는 짧은 거리라 해도 만만치 않은 택시비를 낼 때가 많습니다. 우선 기본료가 있고 여기에 주행 거리에 따른 요금과 세금이 더해지고 15~20% 정도의 팁까지 내려고 하면 길이라도 좀 막히는 경우 꽤 부담이 됩니다. 그런데 앞으로 택시가 맨해튼의 중심 상업지구를 통과할 경우 2~5달러를 추가로 승객들이 부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뉴욕주가 맨해튼의 60가(街) 남단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혼잡세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10여 년 전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도입하려 했지만 실패했던 정책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맨해튼의 60가 이남으로 들어오기 위해 트럭은 25달러 34센트, 일반 승용차는 11달러 52센트를 내야 합니다. 뉴욕의 상징과도 같은 옐로우 캡이나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 등은 승객이 탑승할 때마다 2~5달러를 추가로 내도록 했습니다. 자동차 번호판을 판독해 자동으로 납부가 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택시나 우버 등에게는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선 맨해튼의 여러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이 택시를 탈 경우 부담은 늘 수 밖에 없습니다. 승객 감소로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옐로우 캡이나 우버 운전자들의 불만도 클 것 같습니다. 근무지가 맨해튼 혼잡세 구역에 있어 자동차를 이용해 매일 이곳에 진입해야 하는 출퇴근자들의 불만도 당연해 보입니다. 이 지역에 집중돼 있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물론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푸드 카트 상인들의 부담도 늘 것 같습니다. 이들은 보통 푸드 카트를 자신들의 소형 트럭에 매달고 맨해튼으로 들어옵니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지는 않습니다. 우선 이렇게 해서 매년 벌어들이는 10억 달러 이상의 돈으로 뉴욕의 낡은 지하철을 고치겠다는 게 뉴욕주의 생각입니다. 뉴욕 지하철은 노선 정비를 이유로 특별한 예고 없이 운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욕 지하철은 또 불량한 청소 상태 등으로 악명이 높죠.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요즘도 객차에 팔뚝만한 쥐가 돌아다니는 유튜브 동영상이 지역 방송에 종종 나오곤 합니다. 맨해튼의 복잡한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하고 대중교통 요금의 인상 없이 지하철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혼잡세 부과를 받아들이는 인식이 있어 보입니다.
 
뉴욕에 우버나 리프트 차량이 대거 등장하면서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이용객은 4년 전에 비해 2.7%나 줄어들었습니다. 2012년 9월부터 1년간 하루 평균 758만 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2016년 9월부터 1년간 이용객은 747만 명에 그쳤습니다. 뉴욕 버스의 평균 속도는 시속 11.9km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의 뛰는 속도 정도입니다. 대중교통이 지금보다 활성화될 경우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커 보입니다.
 
지역 경제가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교통량이 적어지고 이동 시간이 짧아지면 길거리에 쏟아붓는 시간과 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원활한 도심, 제시간에 도착하는 지하철, 잘 달리는 버스가 있다면 맨해튼을 찾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이번 혼잡세 부과 방안은 뉴욕주의 2019 회계년도 예산안에 포함된 것으로 3월 말까지 주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당초 혼잡세 부과에 부정적이었던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긍정적으로 돌아선 점도 시행 가능성을 높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대권을 향한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정치적 야심도 혼잡세 도입의 한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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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January 24, 2018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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