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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 교수도 ‘주거난민’ 실리콘밸리 부동산 버블로 중산층 ‘휘청’

“전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홍콩으로 갈 거예요”
 
UC 버클리의 교수인 지인이 최근 홍콩을 다녀온 뒤 한 말입니다. 홍콩대학으로부터 정년까지 현재보다 두 배 높은 연봉과 보험, 아파트까지 받는 좋은 조건으로 이직 제의를 받았다는 게 이유였는데, 대화가 이어지자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베이 지역의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동안 외국에 나가 있는 친구 집을 싸게 빌려 지내왔는데 친구가 돌아오게 되면서 집을 구해야 할 상황에서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UC버클리 교수의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이 오십에 노후 대비도 포기하고 비싼 렌트비를 치르며 이곳에 계속 살 엄두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융성이 미국 최고 명문 대학의 교수마저 생활비 문제로 이민을 결정하게 한 겁니다.
 
교수가 이런 상황이니 학생들의 사연은 더 기가 막힙니다. 최근 ABC 방송은 트레일러에서 일자리를 잃은 부모와 두 동생을 뒷바라지하며 어렵게 지내는 UC 버클리 재학생 이스마엘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이들이 사는 트레일러는 베이 지역의 끝자락이자 버클리에서는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해이워드(Hayward)의 한 가정집 마당에 설치돼 있습니다. 냉난방은 물론, 하수 처리 시설도 없어 텐트 생활과 다를 바 없는데, 한 달 렌트비 650달러를 제대로 내지 못해 이곳에서조차 쫓겨나게 됐습니다. 미 언론들은 이스마엘의 사례가 캘리포니아 대학생들의 주거문제를 상징한다며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LA Times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2016)의 설문에 응한 학생 7만여 명 중 5%는 대학 입학 이후 카우치 서프(친구집이나 특정되지 않은 집에 돈을 내고 소파만 빌려 자는 것), 캠프장, 자동차 안, 모텔 등을 전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UC는 이 조사를 토대로 UC 계열 학생 26만 명 학생 가운데 만 3천 명은 거주지가 일정치 못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10년간 샌프란 주택 중간값 100% 상승 ‘15억’ 중산층 휘청
 
IT산업의 중심지 샌프란시스코는 수년 전부터 미국 뉴욕 맨해튼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부동산이 비싼 지역으로 올라섰습니다. 단독주택·아파트 임대료와 집값은 이미 2013년에 맨해튼을 추월했고, 2015년부터는 사무실 임대료도 맨해튼을 뛰어넘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이 집값의 최저점을 찍었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2009년부터 9년간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상당수 닷컴 기업이 파산했던 2000~2001년에 비해서는 무려 일곱 배 이상 뛰었습니다. 완전 부자들이 사는 대저택도 아니고, 중산층이 거주하는 집, 중간값 범위에 있는 집이 이렇게 뛴 겁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방 1칸짜리 아파트 월세 중간값은 3,500달러 정도입니다. (워낙 비싼 집도 많다 보니 평균값은 시장가격 왜곡이 심해져서 보통 중간값을 봅니다. ) 거실과 부엌이 있긴 하지만 스무 평 (이해를 돕기 위해 옛날식 표기..) 밖에 안 되는 작은 아파트 렌트비가 서울 마포구의 한 최고급 주상복합 49평형 아파트의 월세와 맞먹는 겁니다.
 
샌프란 시내 월세 3,500달러짜리 아파트. 이곳에 사는 페트라 씨 부부는 남편이 컨설팅회사에서 억대 연봉을 받고 있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생활비 때문에 오는 5월 의사인 아내가 새 직장을 얻은 시카고로 이사한다.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면 좀 싸겠지 싶지만, 실리콘밸리 곳곳에 박혀있는 IT 기업들 때문에 비싸기 그지없습니다. 특히, 삼성과 엘지 등 우리나라 대기업 미주지사들이 자리 잡은 산호세는 애플과 구글, 어도비 등 대기업들이 부지를 구입하고 사무실 확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택가격이 더 상승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확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치솟는 부동산 시장에서 직원 복지를 위해 직원용 주택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본사 인근에 중산층용 300세대 규모의 모듈러 홈, 조립식 주택 건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도 본사가 있는 팰로앨토 멘로파크 인근에 1500세대 규모 건립을 고려하고 있는데 두 회사 모두 언제 본격화할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회사를 옮길 생각은 없다는 얘기이고, 이는 주변 부동산 가격을 내리는 데는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인근 도시 오클랜드 1년 사이 50% ‘껑충’…중산층 젠트리피케이션 직면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가까운 오클랜드의 경우 큰 기업체 본사는 없지만, 지리적 접근성 때문에 덩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우버가 샌프란시스코 본사를 이쪽으로 옮기려다 집값 오른다며 반대한 지역 주민들의 시위로 이전하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었다는 평가 때문에 집값 상승 폭도 더욱 큰데,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1년간 50%가 급등한 이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4인 가족이 살 집의 중간값이 15억에서 20억까지 오르자 수많은 사람이 젠트리피케이션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오클랜드힐 꼭대기에 위치한 한 타운하우스(방3, 화장실 3, 복층, 약 50평). 접근성이 좀 떨어져 시장에 나온 가격이 98만 7천 달러였지만, 매수하려는 사람이 잇따라 최소 140만 달러(15억 원)까지 거래될 것으로 부동산 중개인은 예상했다.
 
189만 달러(20억 원)에 나온 방 네 개짜리 주택. 미국은 집단 주거시설인 콘도(아파트)나 타운하우스에 비해 주택 선호도가 높다. 이 역시 2백만 달러 이상 넘는 가격에 낙찰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 지역은 특히 IT 산업의 융성으로 집값 상승률이 매년 20%에 이릅니다. 특히 최근 미국 경기가 탄탄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주택 매매 시장은 더욱 과열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최근 ‘베이 지역 부동산 버블 언제 터지나’가 미국 언론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지적은 몇 년 전부터 나오고는 있었지만, 최근에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양상들이 서서히 물 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베이지역에서의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사가 줄을 이으면서 트럭 렌트비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다는 수치들이 나오고, 땅값과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 이를테면 미국 자동차 산업 위축으로 쇠락했다가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디트로이트 등으로 기업 이전을 모색하는 벤처 투자가 등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여 년간 급상승세를 거듭해온 IT 산업을 발판으로 전 세계에서 돈과 사람을 끌어모은 실리콘 밸리와 샌프란-베이 지역의 부동산 버블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또, 터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호황이 꼭 불황으로 끝난다는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급격한 팽창에서 정상적인 수준의 성장으로 둔화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미 정부가 올해부터 주택 융자 이자에 대한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기존 백만 달러에서 75만 달러로 낮춘 것을 볼 때,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비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각종 나쁜 징후와 이를 우려하는 지적이 최근 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이곳 투자자와 주민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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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April 8, 2018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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