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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대신 정장 입은 저커버그, 페이스북 이해 못한 의원들 덕에 ‘판정승’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34)가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상원 법사·상무위원회 합동 청문회에 출석했다. 페이스북을 창업한 이후 의회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청문회장에 나타난 저커버그는 트레이드마크인 회색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 대신 검은 정장에 파란 넥타이 차림이었다. 뉴욕타임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안해요 슈트’였다.
 
저커버그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차분하게 대응했다. 그는 8700만명에 달하는 사용자 정보가 동의 없이 유출된 것에 대해 “명백한 실수다.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내가 페이스북을 시작하고 운영했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또 “(페이스북) 도구들의 악용을 막으려는 충분한 노력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민주당 딕 더빈 의원이 “당신이 어제 묵은 호텔 이름을 우리와 기꺼이 공유하겠냐”고 묻자 약 8초간 망설이다 “음, 아니요”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측과의 접촉 여부를 묻는 의원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회사가 특검에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저커버그는 의원 질의에 답변할 때마다 꼬박꼬박 “의원님”이라고 붙이는 등 연신 몸을 낮췄다.
 
저커버그는 그러면서도 페이스북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데 힘썼다. 그는 “페이스북은 이상적이고 긍정적인 기업”이라며 “우리는 사람들이 연결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좋은 것들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페이스북을 두고 줄곧 ‘공동체’임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우리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싶다”며 “이익의 극대화보다 우리 공동체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문회는 다섯 시간 넘게 이어졌다. 의원 44명이 돌아가며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질문을 저커버그에게 퍼부었다. 하지만 의원 한 명에게 할당된 5분 안에 핵심을 짚기엔 역부족이었다. 저커버그도 치밀하게 청문회를 준비했다. 한 사진기자가 포착한 그의 예상답안지에는 페이스북 해체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비해 “미국의 중요 자산인 기술 기업의 해체는 중국 회사를 강화시킨다”는 답변이 적혀 있었다.
 
현지 매체들은 저커버그의 의회 데뷔 무대가 그의 승리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CNN은 “수십명의 상원의원들이 저커버그를 강타하려 했지만 아무도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의회는 아마도 페이스북을 규제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페이스북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의회의 대처에 대해 혹평했다.
 
실제 청문회에서의 저커버그 태도는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9일 2003년 이후 역대 저커버그의 사과를 두고 “‘죄송하다’로 시작해 ‘규정 강화’로 끝나는 패턴”이라고 꼬집은 것과도 일치했다.
 
이날 페이스북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페이스북 주가는 전일 대비 7.11달러(4.50%) 오른 165.04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주가는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저커버그는 11일에는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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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April 12, 2018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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