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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결렬 다음날 3·1절 기념식 서른번 평화 외친 문대통령

“미국, 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0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전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의 핵 담판이 결렬된 바로 다음 날 3·1절 기념식이 열렸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무슨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한층 관심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부부는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청와대에서 출발, 경복궁 내에서 ‘국민대표 33인’ 및 이낙연 국무총리, 한완상 100주년기념사업 위원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만나 행사장 입장을 준비했다.

검은색 두루마기를 입고 대형 ‘진관사 태극기’ 행렬을 따라 행사장으로 들어온 문 대통령의 얼굴에는 어느 때보다 결연함이 묻어났다. 애국가 제창 때에는 눈을 감고 노래만 따라 부르며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예상대로 이날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북미 핵 담판 결과에 대한 평가를 포함,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데 상당 부분 할애됐다.

차분하게 연설을 이어가던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관련 대목에서는 목소리 톤을 높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의 대화 결과에 대해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규정한 뒤,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이라고 말하자 광화문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평화’라는 단어를 30번 사용했다. 그만큼 북미 핵 담판 결렬에 실망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살려가는 데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지난 100년간 민주주의의 발전을 되짚어보는 내용이 연설문에 비중있게 포함되며 ‘국민’이라는 표현은 18번, ‘민주’라는 표현도 11번 들어갔다.

‘친일잔재 청산’을 강조하면서 ‘독립’이라는 표현은 25번, ‘친일’이라는 표현은 6번 사용됐다.

문 대통령은 다만 대일 메시지의 경우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 일본은 인류 보편의 양심으로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과 달리 올해는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에는 “친일잔재 청산도, 외교도 미래 지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문 대통령이 서대문형무소에서 독립문까지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며 행진하는 순서도 있었으나, 올해는 별도 행진은 하지 않았다.

관심을 모았던 ‘신한반도 체제’ 구상의 경우 애초 예상보다 임팩트가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연설에는 ‘신한반도체제’라는 표현이 5번 사용됐다.

물론 평화협력공동체·경제협력공동체·국민통합 등 신한반도체제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소개되긴 했으나, 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언급한 것 이상의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지는 않았다.

일부에서는 전날 북미 핵 담판 결렬로 연설문이 일부 수정되면서 ‘신한반도체제’ 메시지 비중도 조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유관순 열사에 대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유 열사의 조카인 유장부 선생이 훈장증을 대신 받았고, 추서판은 유관순 열사가 다닌 이화학당 100년 후배인 이화여고 2학년 윤수진 학생이 대신 받았다.

문 대통령은 유장부 선생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문화공연을 보면서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웃으며 얘기를 나눴다.

행사 후반부 참석자들이 함께 ‘만세삼창’을 할 때에는 문 대통령도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불렀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비행운으로 하늘에 태극무늬를 그렸을 때에는, 문 대통령도 고개를 들어 하늘은 한참 동안 쳐다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종료 후에는 여야 5당 대표들과 악수를 하고서 식장을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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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March 1, 2019

Filled Under: Headlin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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