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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옛말, 영국 식량구호 5년새 35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정책 슬로건을 내세웠다. 완벽에 가까운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국민들이 전 생애에 걸쳐 최소한의 생계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영국 내 빈부에 따른 영양 섭취와 교육의 질 등의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하위 10%(640만명 가량)의 국민들이 영양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량은 1997㎈로 권장 칼로리량인 2080㎈에 못미쳤다. 식품군별 1일 권장섭취 비율을 분석한 결과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지방·당 함유량이 높은 식품의 경우 전체 인구의 평균 섭취율보다 소득 하위 10%의 섭취율이 1% 포인트 더 높았고, 채소·과일 섭취량은 그 반대로 2% 포인트 낮았다.
 
영국 환경운동가 크리스 구달은 “이 보고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돈없는 사람은 충분히 먹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데이터”라면서 “2001~2002년에는 가장 부유한 10%와 가장 빈곤한 10%의 섭취 열량에 별 차이가 없었지만 2013년에는 최상위 10%가 최하위 10%보다 15% 많은 2294㎈를 섭취했다”고 지적했다.
 
식량 구호를 요청하는 이들도 가파르게 늘었다. 5일 영국 푸드뱅크(식품지원 복지단체) 트러셀 트러스트에 따르면 2008년 4월~2009년 3월 1년간 구호를 요청한 인원은 2만5899명이었지만 2013년 4월~2014년 3월 사이 긴급 식량 지원을 받은 인구는 91만3138명으로 5년간 35배가 늘었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민간 차원에서 식량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남는 식재료로 운영되는 ‘사회적 식당’이나 ‘사회적 슈퍼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요크셔 지역에서는 ‘리얼 정크푸드 프로젝트’라는 사회적 식당이 10개월간 20t의 남는 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1만명에게 저렴하게 팔아 3만 파운드(5100만원)가 넘는 돈을 모금했다.
 
빈곤층과 부유층의 격차는 교육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교육 수준 차이가 커지고 질좋은 교육을 부유층 자녀들이 독식하고 있다. 교육단체인 서튼재단은 사립학교 졸업생의 주요 명문대 진학률이 공립학교 졸업생보다 22배 높다고 밝혔다.
 
영국 노동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5월 총선에서 집권하면 공립학교 지원 의무를 등한시한 사립학교에 대해 세금감면 혜택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당 예비내각 교육장관인 트리스트램 헌트 의원은 최근 일간 가디언 기고를 통해 “영국 2570개 사립학교는 지난해 교육기관 세금공제로 1억6500만 파운드(2800억원)를 환급받는 혜택을 누렸다”면서 “그럼에도 그 중 3%만이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립학교를 돕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고, 5%만이 공립학교에 교사를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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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January 5, 2015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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