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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인성검사 부활

미국 기업들이 한 때 채용과정에서 널리 사용하다 주춤했던 인성검사를 부활시키는 추세다. 구직자들은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이 더 좁아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미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인성검사를 포함하는 비율이 2001년 26%에서 2013년 57%로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은 인성검사를 통해 지원자의 능력, 커뮤니케이션 스킬, 성격, 조직문화와의 적합성, 협업 가능성 등을 측정하려 한다. 인성검사 도구 개발 회사인 퍼스트퍼슨이 여행사 델라웨어 노스에게 제공한 인성검사는 지원자의 답변을 토대로 인성과 업무 방식에 점수를 매긴다.
 
검사를 받는 지원자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불안감을 느낀다. 지원자는 ‘나는 소리지르는 것을 싫어하지만 필요할 때는 소리를 지른다’ ‘나는 사람들이 왜 추상 예술에 매력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없다’ 등으로 이뤄진 여러 질문에 ‘예’ ‘아니오’로 대답해야 한다. 어떤 인성검사는 단순히 답 자체가 아니라 질문에 답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지시문을 다시 읽기 위해 스크롤을 올렸는지 여부도 평가에 반영한다. 결과는 고용 담당자에게 통보된다.
 
고용주는 패스트푸드 종업원, 보험 판매원, 간호사 등 업무 특성에 맞게 개발 회사에 인성검사를 의뢰할 수 있다. 미국에서 휴대전화 서비스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존 마릭 대표는 “우리는 일 잘하는 재직 직원들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뽑기 위해 인성검사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인성검사 도구 개발 회사들은 기업들이 인성검사를 활용해 구직자들을 사전 필터링 하는 게 고용주나 구직자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주장한다. 업무와 맞지 않아 해고되거나 그만두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퍼스트퍼슨은 최근 자신들의 인성검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20곳의 회사를 분석한 결과 인성검사 도입 전인 2012년에는 3개월 이내에 해고되거나 그만두는 직원의 비율이 41%였지만 도입 이후인 2013년에는 34%, 지난해 상반기에는 28%, 지난해 말에는 12%로 줄었다고 말했다.
 
마릭 대표는 인성검사 도입 후 “일자리는 필요하지만, 사람과 교제는 너무 싫다는 마인드를 지닌 채 입사하는 문제 직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마릭 회사의 이직률은 인성검사 도입 이후 업계 평균의 절반인 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지원자들의 바다에서 ‘진주’만을 정확히 뽑고 싶어하는 기업들의 욕심이 늘면서 채용규모는 줄고 채용기간은 늘고 있다.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의 채용기간은 평균 26.8일로 이전 최고치인 23일보다 길어졌다.
 
구직자들도 정성평가라는 인성검사의 특성상 애매모호한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필라델피아의 한 직업학교에서 11년 근무하다 2012년 해고된 척 맥크로이(52)는 이후 구직 활동을 하면서 “인성검사가 보이지 않는 벽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맥크로이는 “결과를 돌려 받을 수 없어 검사에서 탈락해도 원인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한 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맥크로이는 올 2월에 드렉셀대에서 행정 업무 담당자로 재취업했다. 학교는 증빙서류와 참고자료를 요구하긴 했지만 인성검사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오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컨설팅 회사인 로켓 하이어의 찰스 핸들러 대표는 “검사 오류로 적합하지 않은데 적합하다고 나온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인성검사가 동전 던지기보다는 낫겠지만 그것만으로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예측하기는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은행에서 모기지 담당 업무를 하다 몇 년 전 해고돼 최근까지 구직 활동을 해 온 패트릭 코베트(46)는 “거의 매번 인성검사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난해 한 번은 응답 시간이 평균 속도와 달라 검사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으니 재시험을 보라는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며 “내가 얻지도 못할 일자리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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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April 16, 2015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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