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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세상을 못 봐도 미소만은 잃지 말길’

미국의 한 부부가 길어야 10년밖에 세상을 보지 못할 딸을 위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 사연이 공개됐다. 현재 다섯 살인 소녀는 길더라도 10년 안에 시력을 상실한다. 유전적 결함으로 시력과 청력을 점차 잃는 ‘어셔 증후군(Usher syndrome)’을 앓기 때문이다. 소녀는 이미 청력을 거의 상실했다.
 
리지 마이어스(5)의 엄마 크리스틴은 지난 11일 딸과 함께 본 무지개를 잊지 못했다. 그는 “밖에서 무지개를 보고는 얼른 뛰어가 딸을 깨웠어요”라며 “세상에 그렇게 아름다운 무지개는 여태 본 적이 없었어요”라고 입을 뗐다.
 
크리스틴은 “무지개를 본 딸은 무척 좋아했어요”라며 “20~30분 동안 무지개를 본 그 시간은 우리에게 앞으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일곱 색깔이 뚜렷하게 나타난 적도 없었죠”라며 “그런 무지개는 제 인생에서도 본 적이 없었어요”라고 덧붙였다.
 
크리스틴과 그의 남편 스티브는 아직 딸에게 어떤 병이 있는지 말하지 못했다. 딸에게 말해봤자 그게 무엇인지도 이해 못할뿐더러, 청력을 거의 잃은 딸에게 ‘시력 상실’ 소식까지 전하는 것은 잔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어셔 증후군은 1만70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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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어스 부부는 딸이 시력을 잃기 전에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리지를 데리고 천문대도 다녀왔으며, 박물관과 동물원도 방문했다. 산으로 짧게 떠난 가족 여행 중에는 일출을 보여주려 아침 일찍 딸을 깨웠다. 이른 기상에 피곤해했던 리지는 눈을 비빈 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예뻐요!”라고 연신 좋아했다. 그런 딸을 보는 마이어스 부부도 매우 기뻤다.
 
두 사람이 리지를 위해 바쁘게 움직인 건 수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리지를 진료한 안과 전문의의 설명 때문이기도 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로프티 메러벳 교수는 “리지가 많은 사물을 보고 기억한다면 나중에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더라도 외롭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지의 뇌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며 “20~30년이 지나도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 해는 또 어떻게 뜨는지 기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리지가 완전한 어둠과 적막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되도록 많은 것과 접촉하기를 마이어스 부부에게 권했다.
 
리지의 사연은 미국 지역 매체를 통해서도 여러 곳에 전파됐다.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리지의 이야기를 알게 된 많은 네티즌들이 가족들에게 응원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의 한 항공사는 리지 가족에게 어디든지 가길 원한다면 그에 따른 항공료를 모두 부담하겠다고 전해왔다. 실제로 리지 가족은 항공사의 도움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리지는 여러 예술작품을 보고 ‘가톨릭 신자’로서 바티칸도 들를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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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러벳 교수는 마이어스 부부의 딸을 위한 헌신이 앞으로 리지가 인생을 사는 데 큰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가만히 멈춰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며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자”고 말했다.
 
마이어스 부부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틴은 “우리는 대개 원하는 것을 얻으려 앞만 보고 달린다”며 “딸의 투병은 우리 가족으로 하여금 그날그날을 조금씩 천천히 살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주위를 보고, 그것에 관심을 가지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며 “이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출처 : 세계일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4&oid=022&aid=000289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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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August 17, 2015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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