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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권한 갖게 된 시진핑 그리고 중국의 미래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의 설)가 끝나자마자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문제로 들끓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국가주석직의 연임제한 규정을 헌법에서 삭제하는 헌법 개정 절차에 돌입하면서 시 주석이 숨지기 직전까지 국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할 수 있는 현실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 급작스런 국가주석직 연임 제한 헌법규정 삭제 선언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춘제 연휴가 끝난 지 사흘 만인 24일 19기 제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를 2월 26일부터 사흘간 열겠다고 선언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까지 3중전회가 통상 당대회 다음 해 가을에 개최돼 온 전례에 비춰보면 극히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3중전회를 조기 개최하려한 이유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중국 공산당이 이번 3중 전회에서 국가주석직 임기를 2번까지 연임할 수 있도록 제한한 현행 헌법 79조의 삭제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5년 임기의 국가주석직을 두번 연임토록 허용하는 현행 규정을 넘어 장기집권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은 중국 내부에서도 비밀 아닌 비밀이었던 만큼 개헌 자체가 놀라운 발상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주석직 임기 제한을 없애는 방향으로 개헌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 달 개최된 2중전회 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2중전회가 헌법에 ‘시진핑 사상’을 삽입하는 것만을 결정하고 국가주석직 임기는 다루지 않고 마무리되자 시 주석이 무리하게 임기연장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대세를 이루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3중 전회의 조기 개최와 국가주석직 임기를 둘러싼 개헌 추진은 중국 내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여론전 주도하는 중국 정부, 일부 네티즌 강력 반발에 인터넷 통제로 맞서
 
당이 개헌 추진을 선언한 다음 날이 27일 중국 관영매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강력한 국가주석직과 개헌의 필요성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 매체들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골자로 하는 ‘중국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장기간 이를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이날 1면 논평에서 “신시대를 맞아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 발전하려면 헌법의 연속성과 안정성, 권위를 유지하는 기초 위에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 플랜이 제시되자 당장 중국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중국의 대표적 SNS 서비스인 웨이보(微博)에는 강력한 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 여론만큼이나 시 주석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비유하는 등 장기집권에 대한 독설 수준의 비판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더욱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특히 마오쩌둥(毛泽东)이라는 절대권력의 등장이 중국사회를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기억이 생생한 중국인들에게 집단지도체제의 붕괴는 또 다른 마오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헌법학연구회 회장인 한다위안(韩大元) 인민대 법학원장이 쓴 ‘임기제 실시는 82년 헌법의 중요 공헌’이라는 글의 일독을 권유한 것도 이런 움직임을 반영한다.
 
한 교수는 이 글에서 중국 개혁·개방 초기에 만들어진 1982년 헌법에 임기제가 삽입되면서 지도자 종신제 문제와 대불어 개인집권, 개인 숭배를 방지해 결과적으로 ‘법치’가 바로서는 공헌을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일부 반발을 예상했다는 듯이 통제와 검열로 맞서고 있다. 웨이보에서는 ‘국가주석 임기’, ‘임기’ 등의 키워드 검색이 차단됐고 중국 대학가에는 헌법 개정과 관련해 매체 인터뷰를 금지한다는 ‘함구령’이 구두로 내려진 상태다.
 
◇ 현실로 다가온 시진핑 장기 집권, 불확실성 커진 중국의 미래
 
하지만 일부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의 장기집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공산당이 통상 가을에 개최됐던 3중전회를 2월 말에 개최키로 한 결정도 개헌 논의발표에서 개헌이 통과될 전국인민대표대회까지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켜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 하고 개헌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이런 결정에는 일부 여론 장기집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어도 실제적인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세계적 국가로 성장하는데 시 주석의 공로도 있고 금기시 되던 공산당 지도자들에 대한 부정부패 척결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 측면도 있어 일부 불만이 있더라도 그것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헌안은 오는 5일 개막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상무위원회나 전인대 대표 5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이어 전인대 대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되는 요식적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이미 통과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시진핑 집권1기 동안 꾸준하게 진행된 ‘부패와의 전쟁’으로 정치적 라이벌들이 거의 제거된 상태에서 시 주석에 맞설 정치세력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개정헌법이 통과되게 되면 시 주석은 말 그대로 과거 중국의 황제와도 비견될 만한 막강한 권한을 지니게 된다.
 
시 주석이 얼마 동안 국가주석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지도 오직 시 주석의 의지에 달리게 됐다.
 
특히 지난 해 19차 당대회에서 2035년까지는 중국의 현대화를 완수하고 2050년까지는 세계적 강국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어, 적어도 시 주석의 나이가 81세가 되는 해인 2035년까지는 최대한 집권을 연장하려 할 것이라는 추정이 제시될 정도다.
 
이 밖에도 개정헌법은 시 주석이 중앙기율검사위원회보다 훨씬 강력한 감찰 권한을 가진 감찰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시진핑 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채택하면서 시 주석의 권한을 극대화 하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될수록 향후 중국의 행보도 시진핑 개인의 결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져, 불확실성이 급증할 전망이다.
 
여러 의견이 교차 검증되는 집단지도체제에 비해 시 주석이 어떤 사안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접하거나 결정을 내리게 될 경우 맞게 될 후폭풍도 엄청나게 된다. 이미 사드 사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한국을 비롯해 중국의 영향력이 엄청난 주변국들의 불안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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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February 28, 2018

Filled Und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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