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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자 컬럼] 척보면 알아요

내가 은퇴 문턱에 왔을때 수필교실을 찾게 되었다. 그때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잊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시골에사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가을까지 마른버짐이 핀 얼굴로 지내다가 신기하게도 겨울만 되면 얼굴에 화색이 감돌곤 했다 한다. 여름철에 개구리로 영양보충을 했기때문이다. 어떤 사 학년 어린 학생이 이따금씩 매미채와 지렛대와 양동이를 들고 친구를 찾아와서 개구리를 잡으러 가자는 것이었다.
 
개울로 가서 녀석이 개구리가 들어있는 돌을 움직이면 그 녀석들이 튀어나와 매미채 속에 들어간다. 백발백중이다. 단 한번도 허탕을 친적이없다. 그래서 같이간 친구가 녀석한테 개구리가 들어있는 돌과 튀어나오는 방향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간파하는 비법이 무엇일까하고 물어 보았더니 녀석의 대답은 간단했다. “척 보면 알아야지” 하고 대답을 했다 한다.
 
그것은 사물과의 일체감에서 얻어지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척보면 알수 있는경지!
 
내가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은퇴하는 나이에 새로운 직장, 여성들의 건강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외래(Out Patient Clinic)에 오게 되었고 오랫동안 꿈에 그리던 곳에서 체득한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임산부 크리닉에서 일한지가 수 년이 지난 후였는데 늦은 나이에 이곳으로 옮겨와 다시 학생이 되었고 책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산과에 관한 두권의 텍스트 북을 들고 집으로 향해 6 개월간 독학을 해야만 그리던 이 직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곳은 외래라서 병실과는 달리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해서 잊은지 오래된 일들을 매일같이 익혀야 했고 예비기간 3 개월 동안 나는 이 사람들이 바라는 지식을 갖추어야만 했다. 처음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보여준 노련한 간호사는 임산부가 오면 기본검진으로 배를 만져보고 아기의 자세, 성장길이, 크기, 아기의 나이를 알려주는 주를 계산해 내고 난후에 산모가 듣고자 하는 아기의 태동을 백발백중으로 첫방에 들려주곤 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하도 신기해서 어떻게 한번도 실수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간호사 이야기가 “젬마, 너도 나처럼 오랜 시간 이 일을 하게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자기가 오랜세월에 터득한 검진요령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때 나는 그녀가 너무나 부러웠고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나에게도 임산부를 보는 긴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 나자신도 그런 체험을 하고 있으니 엄마들이 들려주는 그 신비의 이야기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하루 하루가 되고 있다. 오랜 세월의 훈련과 경험이 안겨다 준 결과의 선물 “ 척보면 알아요” 라는 말의 뜻을 이제 스스로 체험하면서 살아간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게 익혀지고 숙달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말에 “도”가 텃다라는 말도 조금은 이해가 갈 것 같다. 요즈음 특히 하계 올림픽을 보면서 메달을 따기 위해 온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가 경쟁을 해서 따고자 하는 그 운동에 수년간 “도”가 튼 사람들이다. 그런데 얼마나 더 높고 깊게 도를 닦고 왔는가를 세상사람들 앞에서 보이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 개인이 한 국가도 가질 수 없는 숫자의 금메달을 딴 올림픽 신화를 이룬 미국 출생 마이클이란 26세 청년, 물속에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사람, 그를 당할 자가 없다. 18개의 금메달, 2개의 은메달, 2개의 동메달, 이 많은 무개를 목이 감당할수 있을까?
 
우리 몸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한곳에 집중하고 단련 할때 수퍼바디로 바꿔진다는 것을 올림픽 선수들의 몸을 관장하는 의사가 한종목의 경기가 끝나면 그 선수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이 논리를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로 혼신을 다 할때 어떤 것도 가능해진다는 것을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확신을 갖게 해주는 기회였다.
 
내가 9-10주 때 오는 엄마에게 그시기에 듣기 어려운 태동을 들을 수 있을때 오는 산모들의 기쁨의 눈물. 나는 그때 산모들 이상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오래 전 그 노련한 간호사가 알려주지 않고 들려준 그신비의 대답을 이제 조금씩 가슴으로 느끼면서 일터로 향한다.
 
gemma baik
백경자, gemmakj@gmail.com
 
 
* 백경자 선생은 온타리오 공인간호사로 공인 국제 출산교육자이기도 하다. 온타리오 간호사 협회 회장과 한인여성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고 “진료의 길잡이”, “귀한 선물” 등 다수의 책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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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February 4, 2015

Filled Under: Column, Education, Old Head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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