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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헌신’ 3딸 엄마 한인, 메릴랜드 주지사 부인돼

세 딸을 키우던 한국인 싱글맘이 미국에서 부유한 백인 노총각을 만나 결혼한 지 11년 만에 주지사 부인으로 변신했다.
 
지난 21일 메릴랜드 주지사로 취임한 래리 호건(58)의 부인 김유미(57)씨 이야기다. 남편을 따라 주지사 관저로 들어간 김씨의 이삿짐 1호는 김치냉장고였다. 관저 만찬에서 손님 대접 음식으로 김치를 내기 위해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에서 호건 주지사를 있게 한 것은 한국 출신 김씨와 가족들의 지원이 컸다고 25일 소개했다.
 
김씨가 호건 주지사를 처음 만난 건 2000년 미술전시회에서였다. 정치인의 아들이자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던 호건은 그림보다 김씨에게 호감을 가졌고 “연락하라”며 그녀에게 명함을 건넸다. 현금출납원으로 일하며 세 딸을 키우느라 여념이 없었던 김씨는 그러나 호건이 준 명함을 버렸다. 그런 김씨를 찾아온 호건은 자식교육 말고 다른 꿈은 없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미술 공부를 하고 싶었다. 김씨는 호건의 권유로 대학에 진학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두 사람은 2004년 결혼했다. 호건은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할 만큼 김씨와 한국문화에 푹 빠졌다. 김씨는 동양화를 그리는 화가이자 대학교수로 성장했다. 김씨와 세 딸은 민주당 지지자들이었지만 공화당 후보 호건의 당선을 위해 헌신했다.
 
지난해 11월 4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메릴랜드 주지사에 호건이 당선된 것은 이변이었다. 메릴랜드주 민주당원이 공화당원의 배가 넘을 정도로 메릴랜드는 민주당의 텃밭으로 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첫 중간선거 지원 유세지로 메릴랜드를 택했을 정도로 당시 주지사였던 민주당 앤서니 브라운 후보에 힘을 실어줬지만 무명의 호건 후보를 이기지 못했다.
 
WP는 호건 주지사 가정의 구성이 메릴랜드, 크게는 미국의 다양성을 상징한다고 보도했다. 부유한 부동산 업자였던 호건 주지사와 싱글맘이던 김씨는 성장 환경부터 성격까지 공통점이 거의 없었지만 성공적인 가정을 구축했고, 그 점은 지난해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다. 호건은 인터뷰에서 “아내 유미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언지를 깨닫게 해줬다. 아내와 딸들의 사랑과 지원이 없었다면 나는 주지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메릴랜드주 인구의 5.5%로 늘어난 아시아계 주민들에게 공화당원인 남편이 다가갈 수 있는 다리가 됐다. 지역 농가를 찾아 자신도 어린 시절 양계농가에서 자랐다고 언급하며 남편을 적극 도왔다.
 
김씨와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딸 제이미 스털링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새 아버지’ 호건의 정책이 반여성주의적이라는 상대 후보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선거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스털링은 “많은 메릴랜드 주민들처럼 우리 가족은 많은 면에서 ‘중간(middle)’”이라면서 “또한 우리는 매우 다양하다. 메릴랜드의 축소판과 같다”고 말했다.
 
스털링은 김씨에 대해 “엄마는 자신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쓰지 않았다. 그녀의 온 마음은 우리를 키우는 데 쏠려 있었다”고 했다. 옆에 앉아 있던 김씨는 “그게 우리(한국)의 문화”라고 조용히 말했다.
 
WP는 김씨가 모든 행동을 상징으로 해석하는 정치의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새 도전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호건 주지사는 ‘친한파’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내각 중 ‘소수계 행정부(Governor’s Office of Minority Affairs)’ 장관에 지미 리(한국명 이형모)씨를 임명한 것. 지미 리는 메릴랜드주 최초의 한인 장관이다. 주 경제 발전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호건 주지사는 5월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메릴랜드주 최대 도시 볼티모어와 서울을 잇는 항공편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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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January 26, 2015

Filled Under: Old Headlin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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