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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vs. 경도와 위도가 어딥니까?

다급한 구조 요청자에게 좌표를 묻는 공무원
어처구니 없는 국가에 실망 이민 늘어날 듯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세월호 침몰 당시 119 신고 내용 녹취록에 담겨있는 다급한 구조요청 목소리다.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휴대 전화로 구조를 요청한 사람들의 긴박감이 전해진다. 지난 16일 오전 8시 55분 55초에 신고를 접수한 상황실 요원은 “예. 119입니다”라고 답했고 신고자는 “살려주세요. 배가 기울었어요”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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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 차례의 전화 끝에 119의 연결로 3자 대화를 하게 된 해경은 신고자에게 “배가 있는 곳의 경도와 위도가 어딥니까?”라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총체적인 부패와 실질적인 행정능력 미비, 그리고 안전 불감증이 낳은 비극은 끝이 없어 보였다. 팽목항에서 바다를 향해 기도를 하는 실종자 가족의 모습은 처연하기만 하다. 아직도 바다속에 수장된 가족을 찾지 못해 지쳐가는 실종자 가족의 눈에는 눈물도 메말렀다. 그리고 그들의 조국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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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왔으니까 어서 돌아와. 지금껏 한번도 속썩인 적 없었잖아, 우리 착한 아들…. 이놈아 제발 빨리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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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책반의 늑장 시신 수습을 참지 못하는 한 여성은 “맨날 회의만 하면 뭐해, 내 새끼 찾아와”라며 통곡했다. 수시로 사망자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상황판이 설치된 부스를 들락거리는 실종자 가족은 이제 먹을 힘도 없다. 상황실 옆 화이트 보드에는 ‘꼭 살아돌아오라’, ‘보고싶다 얘들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라고 쓴 노란 리본이 가족들의 슬픔을 대변하듯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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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쳐서라도 수색하러 가겠다며 바닷물에 뛰어드는 부정은 갈갈이 찢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사망자 수(24일 오전 10시 현재 159명)가 실종자 수(143명)를 넘어서면서 합동 장례식장은 어린 학생들의 영정 사진이 가득해져 갔다.
 
국민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나라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추스리지 못한다. 4남매 중 둘째가 실종된 한 아버지는 “모든 게 정리되면 이민을 가겠다. 이 나라에서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어디에 가서 살아도 비극이 주는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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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April 24, 2014

Filled Under: Headline, News, Old Headlin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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